너무나 유쾌하고 귀여웠던 연극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를 보고 왔습니다.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연극은 이강백 작가가 가장 어두웠을 시절에 꿈을 꾸듯 비극 대신 쓴 희극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공연 전체에 흐르는 감정은 "희망" 입니다. 오랜 장마로 인해 마을이 거의 물에 잠기고, 땜장이, 칠장이, 미장이, 분장사의 직업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여러날동안 일이 없습니다. 이 모두를 품고 있는 언덕 위 하숙집에서는 이제 먹을거리도 다 떨어져 모두가 굶을 참입니다. 연극 무대를 옆에서 늘 보아왔던 분장사는 이 비극적인 현실에 암울해 있지 않도록 철학적인 희망을 이야기하는데요,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대 사기극은 비가 그칠 때까지 현실인듯 이어집니다. 결혼을 약속한 친구의 아들을 만나러 먼 길 떠나온 장군님네 부부를 이 하숙집을 호텔로 소개하고 모시게 되는데, 좌충우돌 장군의 지갑에서 솔솔 돈을 받아 이 모두가 긴 장마속에서 살게 됩니다. 이 코미디 같은 사기극 속에서 젊은 두 남녀는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고, 결국 비가 그쳤지만 비가 오는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 덕분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능청스러운 연로배우님들의 연기가 일품인 이 연극은 마치 동화처럼 해맑으며 유쾌합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너무 암울한 그 때, 현실 같지 않은 일들이 오히려 현실을 이기게 해주는 희망의 열쇠인지도 모릅니다. 삶에 지쳐 있는 모든분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줄, 연극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사람 같소?> 였습니다.

객석 규모가 꽤 큰 편인데요. 공연장을 거의 가득 메우고 열기가 가득했어요. 어르신 배우님들 연기도 열연, 재미있는 대본은 공연 끝나고 봤더니만, 이강백 작가님 희곡이군요. 잘 봤습니다~

이야기는 다양한 소재로 어우러져있었어요.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지요. 보는 이들이 각자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의 시놉시스에 따르면 재난 상황에 의해 인간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다시 인간미와 따뜻함을 되찾아가는 스토리입니다. 우리가 재난영화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어떻게 헤쳐나가는가를 영화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플어가는지를 보고자 함이죠 연극을 보며 참으로 많은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저 상황이라면 어떠했을까, 생각도 해보고 맛깔나고 찰진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컸고요.

이강백 작가가 장애와 외로움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비극 대신 썼다는 희극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같소?'는 기약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궁지에 몰린 가난한 이들이 생계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부자 투숙객을 홀려 위기를 모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블랙코미디로 홍수마냥 헤어날 수 없이 몰아치는 역경속에서도 어떻게든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긍정적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는 밝고 희화적인 작품이다. 말도 안되는 사기극을 꾸미는 하숙집 사람들은 어수룩하나 나름 주도면밀했고 임기응변에 강했으며 권력과 부를 쥐고 세상 두려울것 없이 고고한 삶을 산 장군가족은 그들만의 리그를 충족시켜주는, 가짜신분의 사람들이 지어낸 허상에 휘둘릴만큼 세상물정에 둔하고 순박하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다는데, 손발이 맞아도 척척~ 너무 잘맞는 이들이 해먹는 도둑질은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김삿갓보다 한 술 더 떠 빗물까지 팔아먹는다. ㅋㅋ 70대 원로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같소?'는 대배우들이 능청스레 펼치는 완벽한 호흡과 농염하고 완숙한 연기에 시종일관 포복절도할 폭소를 유발하며 동화인듯 환상인듯 허구적인 상황이 주는 극적 유희를 원없이 즐길 기회를 선사한다. 울 딸이 젤 좋아하는 인성 좋고 실력 출중한 극단 화담의 박상협 연출겸 배우가 아들역으로 출연해 특별한 즐거움이 배가되었던 초강력 웃음 폭탄 제조 공연. 가난하다고 사기범죄가 용서받을 수 있는가? 하는 현실 고문관같은 꼰대 관념은 잠시 꺼두시고 블랙코미디가 주는 유쾌한 풍자속에 흠뻑 젖어보시길.. 그라치아~! 아모레~아모레~내일모래~~ ㅋ

서로를 속고 속이는 웃픈 상황 그속에서 얻게되는 인생의 묘미 이게 바로 우리가 처한 상황 아닐까요! 원로배우님들의 연기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