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연인들
정말 흡입력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잘봣습니다^^

그리스의 연인들 트릴로지의 마지막편 [페드라 without 히폴리터]를 관람하였습니다. 시리즈의 첫작품 메데아의 강렬한 임팩트와 두번째 작품 오이디푸스의 매력에 이끌려 마지막 작품에대한 호기심과 흥미때문에 결국에는 페드라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전편을 모두 관극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지만, 올 상반기 연극중에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작품 메데아는 고전 그리스 비극의 스토리와 플롯을 바탕으로 보다 현대적인 감각과 톡톡튀는 대사들에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한 작품이었다면 오이디푸스는 보다 고전의 비극적인 측면을 강화하여 건조하고 냉정하게 제3자의 시선으로 숙명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메데아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3편 페드라는 고전의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고전의 요소들을 과감히 삭제하여 전혀 새로운 초현실주의 연극으로 완성된 느낌이었습니다. 1편과 2편에서도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던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과 넌센스 같은 대사들이 더욱 강화되어 앞서 두편의 연극보다 훨씬 어렵고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스의 왕녀 페드라는 자신의 의붓아들 히폴리터를 사랑하지만 사랑의 고백이 거절당한 뒤로는 히폴리터를 증오합니다. 게다가 전사한줄 알았던 남편 테세우스가 돌아오자 자신의 행위가 탄로날까봐 부자 사이를 이간질하여 히폴리터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고, 나중에야 진실을 알게된 테세우스는 왕위를 버리고 방랑하는 삶을 택합니다. 로열 패밀리의 파멸과 몰락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던 페드라역시 독약을 삼키고 자살하게 됩니다. 연극에서는 가족간의 사랑이 애증으로 변질되는 과정과 상대에 대한 무지와 이해가 대립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과 복잡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이번 작품은 연극의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시험하는 실험의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안에서 서로에 대한 무지와 이해의 과정, 사랑이 애증으로 변해가며 후회하고 참회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페드라는 햄릿이 되기도 했다가,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이가 되기도 하며, 사또에게 수난을 당하는 춘향이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연극과 달리 장소의 변화를 과감히 없애 암전이 없이 모든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역할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상당히 참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도 배경 음악과 배우들의 노래가 어우러져 뮤지컬과 합창이 더해진듯한 분위기였으며, 시리즈 특유의 참신하고 톡톡튀는 넌센스 같은 대사들은 이번편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느닷없이 뉴스 캐스터의 진행이라던가, 킹콩의 등장,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기계음, 시각을 알리는 아나운스, 일기예보의 강수확률등이 이야기와 상관없이 등장하며 연극의 이해를 어렵게 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연기하시는 배우들도 연습하면서 상당히 어려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페드라에서는 1편에 이어 메데아역의 민정희씨와 공주역의 김누리씨가 속투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히폴리터역의 강명환씨는 고뇌하는 히폴리터와 햄릿 사이를 오가며 감정연기가 돋보였습니다. 테세우스 역의 김승언씨는 대사의 전달이 아주 훌륭하셨으며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연극 그리스의 연인들은 2개월간 세편의 작품을 번갈아 상연한다는 독특한 기획으로서 사람의 운명과 인간이 가진 복잡한 내면에 대해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적인 감각과 새로운 시도로 현대의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지만,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고전 비극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감상으로는 1편이 가장 재미있었고, 3편이 가장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렇기에 연극 페드라는 극장 밖을 나서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과 울림이 남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로에서 특별한 예술 연극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그리스의 연인들 3편 페드라가 출연 배우들과 극단 여러분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를 바라며,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앞으로의 활약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삼부작을 통해서 즐거움과 사색의 기쁨을 선사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스의 연인들 3부작 순정과 치정 사이는 기간별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데요..3부작중 마지막인 페트라 without 히폴리터는
의붓아들인 히폴리터를 사랑해 남편인 아테네의 국왕인 테세우스를 배신하고
결국은 의붓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어머니 페트라의 모습을 다룬 극이네요.
있을 수 없는 막장 드라마의 모습인 애정과 배신 그리고 일가가 공멸하는 파국의
수순을 밟고 있지만, 그래도 애정과 욕망의 한계는 어디인지..한번쯤 생각하게 되네요.
인간 본연의 심리를 심도있게 다루다보니 내용이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가슴에 찡한 감동이 밀려오네요.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보고싶습니다

색다른 연출

추천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 손가락에 꼽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