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예술성을 자랑하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축제들 중 단연 원조로, 그 전통성 위에 새롭고 신선한 초연들을 중심으로 매해 다른 이야기와 스타일을 더해 공연 예술계의 유행을 주도한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올해 역시 8월 8일부터 31일까지, 클래식, 오페라, 연극, 무용의 장르를 거쳐 예술계의 내놓으라 하는 거장들이 선사하는 151개의 공연들이 무대 위에 올려진다. 이 페스티벌의 참가 작들은 모두 축제 예술 감독의 권한으로 초청된, 신임 할 수 있는 공연 들이다. 프린지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에딘버러 시 안에서 초청 작들이 올라가는 7개의 주 극장들이 정해져 있고, 이 극장들은 천 석 이내에서 삼 천 석까지, 초청된 작품들의 위상을 수반하기에 손색이 없는 공간을 제공한다.

올해까지 두 번째로 축제를 이끄는 예술 감독 죠나단 밀(Jonathan Mills)은 21세기 역동적으로 변화와 마주하고 있는 유럽연합 국가들을 말한다는 테마로, 폴란드 (Poland), 헝가리 (Hungary), 루마니아 (Romania), 보스니아 (Bosnia), 죠지아 (Georgia) 등의 동 유럽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을 초청했다. 또한 이 페스티벌 안에서 문화의 국경을 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현재 나라와 지역간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레바논 (Lebanon), 터키 (Turkey), 팔레스타인 (Palestine), 이스라엘 (Israel), 그리고 이란 (Iran)의 작품을 축제 안에서 선보이다. 교회의 찬송가 옆으로 들려올 이슬람교의 전통 성가와, 작곡가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 - 1897)부터 바톡 (Bela Bartok, 1881-1945)까지 국경을 넘어 사랑을 받을, 가슴을 울리는 집시 음악으로 꾸며지는 올 축제는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인터내셔널 부문 주목작
인터내셔널 초청 작들은 짧게는 하루 단 한번의 공연으로 막을 내린다, 그만큼 막판에 표를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축제에 올려지는 공연들을 다 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올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놓쳐서는 안될 공연들에 주목하여 서둘러 표를 준비해 놓자. 벌써부터 영국 일간지부터 페스티벌 전문 잡지까지 앞 다투어 기대되는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용

매튜본의 신작 <도리안 그레이>
먼저 무용에서는 그 동안 백조의 호수 (Swan Lake), 가위 손 (Edward Scissorhands) 등과 같은 작품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영국 최고의 안무가 겸 감독, 매튜 본(Matthew Bourne)이, 그의 신작 <도리안 그레이(Dorian Gray)>을 선보인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가 100년이 지난 지금 매튜 본의 손을 거쳐, 이미지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 있는 현대인들 그리고 그 안에 ‘아이콘’이 되어 버린 사진과 광고에 대한 이야기로 무대 위에 거듭난다.

호주의 <모탈 엔진>
호주에서 찾아온 댄스 컴퍼니 청키 무브 (Chunky Move)의 <모탈 엔진 (Mortal Engine)>, 무용단 이름에서 느껴지는 두툼하고 무거운 움직임과는 다르게. 이 공연은 가파르게 경사진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신체에 대한 도전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안무하는 시간 보다 언덕에서 미끄러지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는데, 탄탄한 기술력이 바탕이 된 안무에 빛과 영상의 최첨단의 무대 효과가 더해져 화려한 하룻밤을 경험할 수 있을 듯 하다.

<스티브 리히의 밤> <지젤>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이끄는, 컴퍼니 로자스 (Rosas)의 안무가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 (Anne Teresa De Keersmaeker)는 그녀의 7 개의 작품을 묶어, 25년 동안 함께 일하며 영감 준 미국 작곡가 스티브 리히 (Steve Reich) 의 이야기 <스티브 리히의 밤 (Steve Reich Evening)>을 발표한다. 그리고, 죠지아 발레단 (State Ballet of Georgia)이 볼쇼이 (Bolshoi) 발레단의 프리마 무용수 출신의, 니나 아나니아쉬빌리 (Nina Ananiashvili) 와 함께 하는 <지젤 (Giselle)>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극

<사망자의 악령>
연극에서는 폴란드 TR Warszawa 극단에서 초청된 두 개의 공연으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공연 <사망자의 악령 (Dybbuk)>과 오전 4시 48분 삶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감퇴되는 시간, 정신적인 혼란상태를 말하는 <4.4.8 싸이코시스 (4.48 Psychosis)>. 유대인 학살의 희생자였던 망령이 갑자기 사람의 몸을 빌려 나타났을 때, 우울함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 까지, 인간들은 어떤 몸의 언어로 말하게 될까? 관객들을 자석처럼 빨아드린다는 바르샤바 대표 극단의 연기력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세 편의 비디오로 보는 <타지애를 바라보다>
이란의 저명한 영화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가 세편의 비디오로 그가 태어난 나라 이란(Iran), 그리고 페르시안(Persian)의 열정을 <타지애를 바라보다 (Looking at Tazieh)>라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타지애(Tazieh)란 페르시아의 역사와 종교의 이야기가 바탕이 된 전통 민속극을 일컫는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의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그 동안 서양 방송매체에서 그려졌던 이란의 모습에서 조금 벗어나, 왜곡되지 않은 평범한 페르시아인들이 겪어 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길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팔레스타인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지다리야 (Jidariyya)>, 죽음과 생의 경계에서 기억의 소멸과 망각의 상태를,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 (Mahmoud Darwish)의 노래를 바탕으로 전한다. 또한, 보스니아의 이스트 웨스트 씨어터 컴퍼니 (East West Theatre Company) 가 선보이는 니젤 윌리암(Nigel Williams)의 작품 <클래스 에너미 (Class Enemy)>.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앞서 준비한, 하룻밤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길거리의 젊은 이들의 이야기, <삼육오 (365)>, 역시 눈 여겨 볼만 하다.

오페라

<두 과부> <로저왕> 등
오페라 장르에선, 스코티쉬 오페라(Scottish Opera)가 선보이는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 (Bed?ich Smetana, 1824-1884)의 <두 과부 (The Two Widows)> 와 폴란드의 마린스키 (Marinsky) 오페라단의 <로저 왕 (Krol Roger)>이 주목을 받고 있고, 그 어느 때 보다 세계 전역의 오케스트라 단을 많이 초청된 음악 장르에선, 구스타보 두다멜 (Gustavo Dudamel) 지휘, 스웨덴의 고텐버그 심포니오케스트라, 이반 피셔 (Ivan Fischer) 지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그리고, 일란 볼코프(Ilan Volkov) 지휘 BBC 스코티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메시암 100 (Messiaen 100)>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밖에도 폴 힐리어(Paul Hillier)지휘, 에스토니안 필 하모니 챔버 합창단 (Estonian Philharmonic Chamber Choir)과 베네수엘라(Venezuela)의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 (Gabriela Montero)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981년 부 터 매해 축제의 끝을 장식하는 불꽃 놀이 콘서트 (Firework Concert). 올해 역시 8월 31일, 축제의 마지막 날, 스코티쉬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에딘버러 성 옆으로 아름다운 불꽃이 퍼진다. 그리고, 그 불꽃 앞에 선 사람들은 또 내년의 축제를 기다릴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 문화 교류 증진 이란 모토를 꾸준히 이어왔던, 에딘버러 인터네셔널 페스티벌. 이 축제는 전쟁으로 지쳐있던 유럽 예술에 새 생명을 불어 넣었을 뿐 아니라, 다시금 꽃 피어날 수 있게 하였다. 언제나 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문화 축제로 인정 받고 있다.

2008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8월 8일부터 31일까지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공식 웹사이트: www.eif.co.uk

글: 이보람
(스코틀랜드 Stirling University International Accounting and Finance 석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