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뮤지컬 오리지널 안무가 <빌리 엘리어트> 피터 달링

작성일2010.08.09 조회수1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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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반대하는 가족들을 피해 화장실과 거리에서 미친 듯 탭 댄스를 추던 영화 속 소년을 기억하는가. 발레리노로 성장한 자신을 상상하며 하늘을 나는 소년, 무아지경으로 오로지 춤에 빠져 멈출 줄 모르는 피루에트(한쪽 다리로 지탱하며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도는 발레 동작)를 하는 무대 위 소년 빌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발레리노를 꿈꾸는 탄광촌 소년 빌리의 감동 이야기를 더욱 전율이 일게 만들어 주고 있는 안무는 ‘빌리 엘리어트’ 만의 특징이며 보물이다. 뮤지컬 <아워 하우스> <반지의 제왕>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안무가이자 2000년 영화를 비롯, 2005년 탄생한 뮤지컬의 안무까지 담당한 피터 달링(Peter Darling)이 비영어권 첫 무대인 한국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점검을 위해 내한했다. 3일 간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아이들이 날 이곳으로 이끌었다”며 웃는 그를 최종 리허설이 한창인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리허설을 본 소감이 어떤가?
어제 밤에 입국해서 첫 런쓰루 리허설(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본 공연처럼 이어가는 리허설)을 봤다. 내가 본 첫 런 쓰루 리허설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어떤 점이 그러한가?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정이 가득하다. 소년들은 10살이지만 훌륭한 배우이자 댄서이다. 무엇보다 이번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접하는 첫 무대인데, 영국 무대가 가지고 있는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첫 오디션 때부터 비디오 자료 등으로 한국 빌리들을 봐 왔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 결과가 보이는가?
대단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선발된 빌리들이 초창기엔 한 아이는 발레를, 한 아이는 탭을, 또 한 아이는 스트리트 댄스만을 잘했다면, 지금은 모두가 훌륭한 발레 댄서이자, 탭 댄서이며 수준급의 아크로바틱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빌리 배역을 맡은 소년들의 성장과정이 제작 스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이 된다고 하더라.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지난 10년간 영화, 뮤지컬 안무가로 런던, 브로드웨이, 호주에서 작품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그들의 꿈을 이루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아주 큰 감동을 받곤 했다. 한국에 온 이유도 특히 아이들에게 받는 느낌이 더욱 크고, 그 발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한국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현재 리허설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보완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
모든 배우들이 좀 더 이 작품을 이해하고, 작품이 담고 있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춤과 노래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해도, 그것이 단순한 뮤지컬 전개 방식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정말 진실한 이야기이며, 감정의 교류를 통해 관객들 역시 작품에 대한 감동과 믿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 빌리가 영국, 미국, 호주 빌리와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모든 나라의 빌리가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런던의 빌리는 좀 더 거칠고, 뉴욕 빌리는 발레가 더욱 강하고, 호주 빌리들은 체조 부분이 더욱 발달했다. 한국의 빌리들은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이 고른 것 같다. 훌륭한 댄싱을 하는 것 만큼이나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이기도 하다. 특히 발레를 할 때 보이는 신체의 선 등이 매우 매끄럽고 인상적이다.

무대에 선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의 춤을 보고 배운 것으로 안다.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내 스스로 안무가의 길을 정한 건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정한 것이다.(웃음) <빌리 엘리어트>에서 윌킨슨 부인이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치고 발레리노의 길을 알려준 것처럼 나 역시 “안무가를 해 봐라”라는 말을 들었고, 하기 시작했는데 이 길이 내 길인 것을 알게 되었다. 무대 위에 설 때는 긴장을 많이 하곤 했는데 안무가로 있을 때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한 사람, 한 장면에 국한되어 보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그림, 전체적인 움직임을 생각하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안무가로 참여했던 뮤지컬 <오! 왓 어 러블리 워>를 본 스티븐 달드리(연출)가 영화 ‘빌리 엘리어트’ 참여를 제안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자신과 ‘빌리 엘리어트’와 맞았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또 작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진정된 사람’으로 서서 무대 위를 움직이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움직임을 추구했다. 뮤지컬은 주로 재즈 스타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빌리 엘리어트’는 재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아마 스티븐 달드리는 내 작업이 전형적인 틀에 묶여있지 않아서 내게 제안한 것 같다.

영화 대본을 처음 읽자마자, 읽어봤던 것 중 최고의, 너무나 멋진 이야기임을 느꼈다. 대단히 클래식컬 했다. 여자 아이가 아닌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 소년의 모습이라든지, 리홀(작가)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요소들을 작품에 많이 넣어놨는데, 그것들이 대단히 평범한 고전동화를 마법과 같은 아름다운 동화처럼 바꿔 놓았다.


영화는 발레의 기초 동작에, 탭 위주로 안무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뮤지컬은 발레, 탭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이 등장하고 그 난이도도 높아졌다. 뮤지컬 안무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뮤지컬 보다는 덜 고전적이다. 빌리 역을 맡았던 제이미 벨이 탭 댄스를 워낙 잘 췄기 때문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훌륭한 재주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탭과 발레 등 모든 장르의 춤이 고루 중요하게 보여지길 원했다. 발레, 스트리트 댄스, 탭 댄스 등 모든 장르의 춤이 치우침 없이 다 중요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최근 한국 공연계는 스타 캐스팅이 흥행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스타 캐스팅과는 거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작품에서 스타는 11살 소년, 빌리들이다. 우리는 표를 팔기 위해서 캐스팅 한 게 아니라 우리가 담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그럴 수 있는 배우들만을 캐스팅 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는 감상 포인트
이 작품은 발레에 관한 작품이 아니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가, 그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또 주위 사람들과 상황의 어려움에 부딪히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작품이다. 그래서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든지, 그 어떤 이야기로도 풀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고 이해하는 모습에서 이 작품이 한 사람만이 아닌, 한 가족의 이야기인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영화가 개봉했을 2000년 당시, 영국에 발레를 배우는 소년들이 많지 않았다. 아주 놀라운 것은, 개봉 후 로열 발레 스쿨에 다니는 남자 아이들이 세계 어느 나라의 발레 단체에서보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작품의 영향으로, 로열 발레단 역시 감사한다는 말을 전해 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매지스텔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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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0.08.11 인터뷰 기사, 세심하고 깊이있군요. 작품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겠는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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