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공연 시작 전까지만 해도 거의 반시체였는데 공연을 보면서 눈이 번쩍, 귀가 쫑긋이 되었다.

어느 날 무명 작가인 그레이 헌트에게 신문 기자 와이트 히스만이 찾아와 그의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를 신문에 연재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소설 속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살인자 잭이 현실로 나타난다. 자살을 하는 그레이 헌트, 그런 그를 원망하며 역시 자살을 하려는 와이트 히스만, 와이트를 의심하는 형사 휴 대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

공연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등장 일물이 셋 뿐이고 무대도 책상 두개, 옷걸이 한개에 벽을 장식하는 신문들 정도인데 공연을 보는 동안 하나도 허전하거나 부족해보지이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배우들의 열연과 다음 이야기에 궁금증을 자아내며 연결되는 탄탄한 스토리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힘찬 남성 듀엣 노래들도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죄수를 심판하는 살인자 블랙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레이 헌트의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의 죄수를 심판하는 살인자 블랙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그의 연재소설은 히트를 친다. 사람들은 살인자 블랙에 열광하며, 그를 모방한 범죄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며, 법을 피해간 범죄자들이 죽었으니 좋은 일이 아니냐고 말하는 와이트와 목숨의 무게를 누가 잴 수 있냐며 그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레이 헌트. 만약 당신이라면 누구의 편에 서시겠습니까?

와이트는 법은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때로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아도 법은 범죄자를 용서한다. 죄인은 용서 받지만 피해자는 혼자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한다. 요새는 이런 경우를 뉴스로 너무 비일비재하게 접해서 솔직히 나는 살인자 블랙이 나타난다면 환영할 것 같다. 죄 없이 죽거나 고통 받은 사람들의 복수를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용서에 대해 와이트가 말할 때, 법에서 종교로 이야기가 좀 바뀌긴 하지만 ''밀양''이 생각났다. 아들을 죽인 범죄자를 정말 천불이 나는 속을 다 잡고 또 다잡아서 용서하겠다 말하러 갔는데, 범죄자는 이미 자기는 하나님께 속죄하고 용서 받았단다. 너무 마음 편하게 잘 지내서 얼굴이 훤하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법이, 그리고 종교가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 오만한 어불성설인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살인자 블랙이 현실로 나타난 것일까? 그는 누구인가? 와이트와 그레이가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연극을 보는 내내 초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 곳곳의 감동스러운 장면들! 「더 픽션」, 정말 대만족인 공연이었다.

픽션과 현실사이에서... 소설 속 살인마가 현실에 나타난다?
짧은 런닝타임이 아쉽긴하지만 그래서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어요.

열정적인 무대 잘 봤습니다.

몰입해서 잘봤습니다! 굿굿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