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말러 아닌 서울시향의 곡을 들어볼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고띠에 카퓌숑은 형인 르노 카퓌숑(vio)과 함께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활약을 한다 하여 '오호 그래?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심산으로 공연장을 찾았는데요, 일단 시작 전부터 훈훈한 얼굴새에 약간 마음을 빼앗기긴 했습니다. 그의 얼굴처럼 첼로소리도 곱상하게 들리더군요. 젊은 연주자의 힘있는 기교때문인지, 1층 R석의 공간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꽤나 선명한 소리가 그의 첼로에서 뿜어져 나왔죠. 흡차 제구력 좋은 투수마냥 일정 음 이하의 소리는 제구 잘 된 공처럼 매우 낮게 깔리고 그 외의 소리만 바로 귀에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듣고 간 작품 중 가장 귀에 익었던 게 로스트로포비치 + 카라얀의 베를린필 이었는데요, 2악장을 제외한, 시종일관 힘있고 강한 울림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무대였습니다. 이를 두고 같이 간 분은 오페라 지휘자의 역량에서 비롯된 부드럽고 산만한 곡해석이라고 하였는데 이 역시 좋았습니다. 끝나고 콘서트홀 1층에서 치러진 카퓌숑의 사인행렬을 보고 있자니 단발머리의 깔끔한 청년이 왠지 나중에 거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키만 조금 더 컸다면 완벽했을텐데 역시 신은 공평하신가 봅니다.


인터미션 이후엔 브람스2번이 이어졌는데요, 사실 하루 차이로 같은 공연장에서 브람스 1, 2번이 연주되었다는 사실이 저에겐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20년 동안 걸쳐서 작곡된 1번이 6개월도 안 걸려 뚝딱 만들어진 2번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지라 마음을 비우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브람스 2번을 듣는 보름에 걸쳐서 이상하게 브람스2번만 들으면 몸이 아프기 까지 했었던지라 드보르작의 첼협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듣긴 했었죠. 그런데 두 작품 모두 공통적인 게 있었죠. 둘 다 오바 스러울 정도로 코다가 훌륭한 편이라서 총 4악장의 2번교향곡을 역순으로 들어봤더니 그때부터 맘에 와닿더군요. 그동안 너무 고지식한 열등생처럼 모든 문제지를 1번부터 풀려고 노력했던 지난날도 살짝 반성이 되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맘에 안 드는 작품이 있다면 악장의 순서를 바꿔서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있던 게반트하우스 내한무대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악장을 연주할 무렵 울려버린 휴대폰벨소리로 인해 요새 공연장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하죠. 휴대폰폭탄에 오염될 아다지오라는 말을 또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연 관람 전 반드시 휴대폰은 꺼두시거나 무음 처리라도 해둡시다.

좋았어요^^

그동안 즐겨듣던 곡들이 아니라서, 미리미리 포인트를 알아내기 위해 수차례 미리 감상하고 참석했더랬어요~

제가 기대했던 부분들이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한것 같아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요즘 날씨탓으로 사람들의 목상태가 좋지 않아 기침소리를 많이 들어야 했던게 쪼금 아쉽네요~

22년지기 친구와 함께 본 공연입니다.

오랫만에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준 공연이라 더욱 행복했습니다.

역시 첼로협주곡의 최고는 드보르작입니다 ㅎㅎ
부모님과 함께 보았는데 클래식을 잘 모르시는 저희 아버지께서도 매우 흡족해 하신 공연이었습니다. 물론 저에겐 첼리스트의 머릿결만 보였다는 -0-
여성팬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공연이었습니다만 가격 대비 매우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