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나코>는 단순히 끔찍한 과거의 상흔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의 부조리한 상황과, 여전히,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부조리하고, 보호받아야 할 이들이 철저히 외면받는 상황과 그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등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

소녀상과 나비라는 상징, 2차 세계대전 한국인 ''위안부''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사실 ''위안부''라는 단어는 철저히 가해자인 일본중심적인, ''편리한'' 지칭에 지나지 않다.

사실 우리의 할머니이자 이 땅의 소녀들이었던 그 분들은 강제로, 속아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유린당하던 일본군 ''성노예''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분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연극 ''하나코''에서 캄보디아로 끌려갔던 일본군 성노예였던 ''한분이'' 할머니(예수정 배우님)가 같이 끌려갔지만 함께 돌아오지 못한 동생 ''한금아''를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난다. ''한금아''로 추정되는 렌 할머니(전국향 배우님)이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데, 만약 렌 할머니가 한분이 할머니의 여동생 한금아가 맞을 경우, ''일본군 위안부''로 인정받아 고국땅을 받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한분이 할머니와 동행한 홍창현 PD는 렌할머니의 가족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여기서 ''위안부''문제의 또다른 그림자가 드러난다.

한국정부는 반드시 ''한국인 위안부''만이 자신들의 고려대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렌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상태인데다 2차 세계대전 당시가 워낙 오래 된 기억이기도 하며 할머니에겐 너무 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렌 할머니는 스스로가 자신이 ''한국인 위안부''였음을 증명할 수 없다. 한국정부의 고려 대상 밖의 존재인 것이다. 렌 할머니는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한분이 할머니와 그 일행은 안타깝지만 그분을 두고, 끔찍했던 과거의 상처에 다시금 사로잡힌 그분을 캄보디아에 두고 한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물론 국비가 드는 사안인만큼,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단순 정황은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끔찍했던 상처와 어마어마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청춘을 짓밟히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 그 많은 분들이 국가의 외면 속에서 아스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셨을 거란 추측은, 어쩌면 어떤 이의 삶이었을 지 모른다.

뒷자리라 앞 관객에 가려 궁금했던 장면을 못본게 조금 아쉬웠지만.. 공연은 매우 좋았습니다.

무대 구성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만족스러웠다.

먹먹하고....화가나고....눈물이 아니 흐를수 없는....

모든 연기자분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계속 기억하고 기억해야할 역사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