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목소리와 사연이 있고 꼭 이런 사연과 목소리여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돌리고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연극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이건 한 평생 인생을 연극에 바쳤던 한 인간이 써온 작가노트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얼마 남지 않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그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렇게 하나씩 마지막 자신의 노트에 적힌 잔상들의 기록과 함께 최선을 다한다. 작가로서의 소명의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떠한 죄책감의 무거운 마음일 수도 있고...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용기 내고 목소리를 낸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비극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 목소리를 통해서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고 작은 것도 보게 되고 최소한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는 않게 말이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라는 정혜윤 작가님의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 존재는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만큼이나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고 무엇을 상상하느냐에도 달려 있다. 이야기 안에는 숨어 있는 사냥꾼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한번 사로잡힌 이야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고 우리 삶은 우리가 들었던 이야기들의 결론이다.”라고.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작,연출:한민규 안무감독:양은숙 작곡,음악감독:김승진 무대디자인:박종문 조명디자인:김광훈 의상디자인:이수원 소품,그래픽디자인:백승문 출연:강진휘, 서지우, 김곽경희, 박신후, 황무영, 이현직, 백승문, 이수연, 전정욱, 김도하, 이규현, 소정은, 박서영, 김지율 제작:극단 혈우 극장: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 2020년도에 "보들레르" 를 봤었던 극단 혈우 공연이다. 작가가 극 속의 등장인물 들을 불러 내어 얘기를 전개하는 어디서 본 듯한 진행 방식이다. 왜 작가는 그 인물들을 불러 내었을까? 움직임이나 음악, 조명 등 뭔가를 많이 보여 줄려고 했으나 전달 하려는 내용은 좀 아쉽다.

별 기대 없이 본 작품이었는데, 정말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보고 싶네요!

자칫 어지러울 수 있는 무질서함을 굉장히 섬세하게 다뤄주면서 중간중간 위트도 넣어주는 센스까지. 후반부에는 눈물까지 흘렸어요… 한민규 연출 작이면 이제 믿고 볼게요!

2022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와 40회 연극제 수상 작품이 된 이유가 있었네요.
무대, 조명, 음악, 의상, 춤(움직임) 모두 기대 이상이었고, 마치 연극 무대로 옮겨놓은 종합 예술 작품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준비하여 올려주신 연출님께 찬사를 드립니다.

모든 배우님들이 아주 훌륭한 연기,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그중에서 단연 일품은 서지우 배우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지우 배우님의 연극을 대부분 보았는데, 그동안의 시간이 묻어난 표정, 움직임, 손짓, 시선 처리, 발성, 연기력 모든 모습이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서지우 배우의 눈물연기는 일품이죠! 최지우 배우의 눈물연기에 버금가는 눈물연기의 고수라 감히 평해봅니다.
이번 작품의 정수는 신내림 장면이라 생각하는데, 서지우 배우의 모든 것을 갈아 넣은 듯한 연기와 다른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음악, 조명과 조화를 이루며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극의 최고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한편 황무영 배우님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발성과 다양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배우님이 출연하는 곳마다 극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뭔지 모르게 희극의 어느 장면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이규현 배우님의 할아버지 연기와 표정 또한 훌륭했습니다.

아쉬운점:
1. 연출님의 삶과 철학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전반적으로 편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2. 극의 후반부에 나오는 대본의 수정 장면은 한가지 소재만 활용하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표현해 주지 않아도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라는 의미입니다.
3. 일부 옛날 ‘대한 늬우스’를 보는 듯한 연극 톤은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을 받게 했다. 시대극이라면 모르겠지만...
4. 극 중 아이(이수연 님)가 소년인지 소녀인지 극 중, 후반부 대사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5. 배우들의 발음이 부정확한 부분(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일부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있을 때마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는 모습을 보면, 저 혼자 느낀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6. 지율 학생의 시선처리, 움직임을 보면서 연기 지도가 더 필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신호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사투리 억양과 표준억양이 섞여 나오는 배우들이 있었는데, 극 중 역할에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조금 세심하게 준비하고 연기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8.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나오는 화면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암전 시에 백라이트가 나와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백라이트가 없는 OLED TV를 활용하면 극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훌륭한 작품을 올려주신 연출님과 관계자분들, 배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큰 박수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