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옛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지만...

요즘은 글쎄요....

부모도 딱히 자식만을 위해서 사는 것 같지는 않은데....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건 내 자식이기 때문인 거죠...

<리어외전>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나이드신 분들..참 사리분별 못 하신다...뭐 이런 거였습니다.

왕이랍시고.. 자기 땅을 세 딸에게 나누어주는 과정에서

그저 귀에 듣기 좋은 큰 딸과 둘째 딸의 달콤한 말에 속아서 막내 딸을 내쫓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자기의 말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자존심때문에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 끔찍히 싫어하는 것이 또한 구 세대의 특징 중 하나지요...

쏟아지는 대사와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캐릭터들,
하지만 끝까지 스토리를 끌어가는 주제의식과
지루함따위는 없는 웃음 코드들, 그리고 풍자

오랜만에 만난 멋진 극!!

1.

결혼적령기의 한국여자들은 한번쯤은 상상할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결혼식에 대해서요.
세월이 흐를수록 유난스러워지는 한국의 결혼 풍토는 자연스럽게
한국여자들의 습성을 지배하게 되었고 결국 "결혼식=자신의 가치"라는 모토는
한국의 이혼 급증에 설득력있는 원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요.


아모리스 홀.
유명한 곳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호텔급의 예식은 불가능하지만
좀더 저렴한 금액으로 그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낼수 있다는 결혼식장으로 유명하지요.
예매할적에는 단지 ''LG아트센터''만을 확인하고 갔었는데
바로 그곳에 그 ''유명한'' 아모리스 홀이 있더군요.



2.

공연 내내 눈알을 굴리며 공연장의 천장의 구조와 공연장 내부의 깊이를 가늠하기에 바빴습니다.

마방진 공연은 오래본 편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극단이니까요.
마리화나, 강철왕, 들소의 달, 락희맨 쇼...멋진 다수의 작품들이 태어난 극단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스텐레스가 된다는 대사는 늘 마음속에 품는 대사중 하나입니다)
해서 마방진 극단의 주축 배우들이 누군지 알고 있고 그 배우들의 전달력에 대해서는
의심없이 믿고 있습니다.

공연 내내 마이크가 웅웅거렸습니다.
자세히 보니 공연장 중앙에 떠있는 마이크로 어떻게든 관객석 뒷편까지 대사를 전달하려는
의도였으나 본의 아니게 마이크에 배우들이 조금만 다가서도 배우의 말이 흩어져버리고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섞여 묘하게 공연내내 무척이나 짜증이 나더군요.
자세히 살펴보니 공연장의 깊이는 무척이나 깊은데 전혀 소리가 퍼지지 않는
구조인데다가 마이크 아래 단이 텅비어 있어 배우들의 발소리와 맞물려 생기는 짜증스런 기계음이
이유인것 같더군요. 아마 맨앞의 오케스트라석에서는 그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상당히 거슬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3.


셰익스피어 고전은 이제 지겹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햄릿''은 지겹습니다.
2011년부터 불기 시작한 연극계의 고전의 재해석은 끊임없이 ''햄릿''을 재창조해내었고
관객들에게 햄릿의 그 애매모한 대사들의 향연을 이해할것을 강요하였습니다.
........사실 햄릿의 플롯만큼 아름답고 보편적이며 비틀기 좋은 희곡은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몇번 되풀이해서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햄릿은 다시 선택하기 힘든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점에서 이번 ''리어외전''은 신선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전작 칼로막베스처럼 기승전결의 팽팽한 대립의 플롯이 아닌
부모자식간의 정, 무모한 세대교체, 인간의 허술한 탐욕은
사실 뚜렷한 기점없이 벌어지는 자아성찰에 가까운 내용이니까요.
햄릿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마방진의 장점인 ''활극''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밋밋한 플롯이었어요.


4.


원점으로 돌아가,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연극에 마이크 사용하는 것은 참 싫어합니다.
연극의 장점은 배우가 내지르는 그 대사가 육화되어 내 온몸에 가시처럼 박힐때 일어나는
그 ''카타르시스''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이크의 사용은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이지요.
중요한 노래와 대사를 위해 오죽하면 마이크를 썼을까 싶더군요.

결혼식장에 치중하느라 공연장은 뒷전인지 생각되었습니다.
아니면 돈되는 뮤지컬만 올리는 공연장이던지요.
LG아트센터의 후원으로 인해 공연장 선택이 한정적이었다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연간 공연 일정의 80%가 뮤지컬인 공연장에서 연극을 공연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그런 공연장이면 어쩔수없이 마이크가 등장할수밖에 없지요.

그런점에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낭창낭창한 송창식의 ''푸르른 날''에 이은 조용필의 ''허공''은 정말이지 끝내주는 선택이었는데 말이죠.
그나마 리어왕 역의 이승철 배우님의 열연과 열창으로 ''허공''의 의미가 죽지않아 다행이었어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마방진 배우님들, 고선웅 연출님은 무척이나 멋졌습니다.
특히 경기도 도립극단의 "재!발!견!"이었어요.
국립극단과 비교되는 공연의 질적 차이로 인해 더 두드러지는 행보였어요.
(삼국유사 시리즈와 현시대의 연관성은 어디에서 찾아야할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리어외전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나 올해 마방진 배우님들과 고선웅 연출님의 활약으로
내년을 더욱더 기대하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올해 추수는 만족할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년에도, 연극이 ''기다려지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덧> 관람층이 약간 클래식한 탓인지 중간중간 웃음이 터질만한 장면인데도 함께 웃을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번 공연에는 숙제하는 학생이 없어 무척이나 기분 좋았어요. 학생여러분들은 숙제는 제발 집에 가서 하셨으면 좋겠고 연극계에서도 이걸 장려하는 분위기였음 좋겠네요. 예나 지금이나 집에 가서 몰래 숙제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성적은 더 우수하니까요.

공연을 못봤어요
다시한번 보고 리뷰 쓰게 해주실순 없나요.
뭐라도 당첨이라도 되야지.원.
당일은 예약 취소도 안되고.
나빠요

열정이 없으면
그런 무대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