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작품 자체에 흥미가 있던 참에,
새로운 햄릿 원작의 연극이 있길래 보고 왔어요.
어린 햄릿을 등장시켜 어린 햄릿의 대사와 햄릿의 대사가 이어지는 구성이 참 좋더군요.
비극은 싫다면서 난 희극만 하겠다는 어린 햄릿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2009. 1. 30 4pm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각색 및 재구성 김동연

출연 햄릿역 오용 / 요릭역 최요한 / 오필리어역 이안나 / 어린햄릿역 최설화 / 신부역 하준호

레어티즈역 김병철 / 클로디어스역 문경태 / 폴로니어스 무덤지기역 구도균 / 호레이쇼역 김다흰
공연시간 130분
로즈언니와 함께

햄릿보다 김동연 연출
연극의 제목 보다는 연출을 맡은 김동연씨가 눈에 더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예상보다 연기와 내용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김동연 연출가는 전에 연극 [환상동화] 때 부터 알고 있었다. 환상동화에서는 여러 명의 광대가 나온다.

광대 광대 장진 희곡에도 있는 단어. 광대... 그리고 배우 박광정 ..

햄릿은 워낙 유명한 세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이다. 김동연 연출이 나와서 주의사항을 말할 후 공연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무대 양쪽으로 배우가 들어오더니 의자에 편히 앉는다. 마치 그곳이 무대가 아니라 무대 밖인 듯 그냥 연습실인듯 태연스럽게 행동한다. 그것을 보니 연극의 허구성을 더 극대화 한 것 같다. 무대 위 연기와 대사가 실재상황인 척 하지 않고 배우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줘서 앞으로 보여질 연극이 한낱 광대짓임을 먼저 탁 던져놓고 시작한다.

어린햄릿 어른햄릿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왕의 동생이 잠을 자고 있는 왕의 귀에 독약을 흘러 넣고 괴로움에 떠는 왕을 그냥 둬서 죽게 만들고 그의 아내와 결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다음 어린왕자 햄릿이 연기를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왕자 햄릿이 연기를 배우면서 근사한 독백을 하면 어느새 어른 햄릿이 그 대사를 받는다. 마치 어른 햄릿 마음 속에 항상 어리고 호기심 많은 어린왕자 햄릿과 친한 친구 같은 때론 다정한 삼촌 같은 요릭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구조는 연극 속에서 계속 반복되지만 지루하거나 이상하지 않게 잘 연결되어 있다.

어른 햄릿이 헛소리를 지껄여서 주위 사람은 걱정과 함께 혼란을 느낀다. 도대체 저 햄릿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님 진짜 광인이 된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떠 보는 사람들 때문에 순수한 영혼 오필리어는 진짜 광인이 되어 버린다.

객석에 앉아서 보니 헛소리가 구체적으로 대사가 되어 배우의 입에서 나오는데 연출가의 역량이 대단해 보였다. 어찌나 대사가 길고 엉뚱한 재미가 느껴지던지 오용배우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들었다. 연극 막바지엔 정말 살짝 미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랑의 시를 낭독하는 장면 은근 낭만적이다.

배우들은 의상을 크게 갈아입지 않으면 웬만한 것은 무대 양옆에서 다 해결한다. 특히 가면을 쓴 장면이나 원색의 옷을 입고 초청 받은 광대 역할을 할 때 바쁘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힘이 들 것 같다.

왕비와 오필리어를 연기한 이안나 배우. 같은 의상을 입고 숄만 걸쳤다 벗었다 했는데 사사로운 욕망에 흔들리고 남편이 된 시동생과 아들 사이에 방황하는 왕비역과 순수하고 여린 영혼의 오필리어를 동시에 연기해서 참 대단하다 싶었다. 연극을 보고 나서 로즈언니 이안나 배우가 연기를 잘하고 1인 2역을 잘 소화했다고 말했다.

요릭 짱
어린 햄릿과 청년 햄릿이 교차로 나오기 때문에 같은 대사를 두번 해서 웃기는 경우가 많았다. 묘지 관리인 장면 꽤 웃겼다. 어린 시절 행복하게 해줬던 요릭의 해골을 보고 충격에 빠진 어른 햄릿. 어찌보면 왕비 어머니보다 더 보듬어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내가 연극을 보면서 가장 집중해서 본 역도 요릭역 최요한 배우다. 이 날 입고 있던 의상의 블라우스와 스카프가 잘 어울리고 좋았다.

이날 몰입해서 보고 나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줄도 몰랐다. 3:50분에 연극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6:00 였다. 우와... 그 긴 시간 집중해서 연기를 한 배우들 좋았고 연출가님 무대에서 얼굴도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보통은 조연출이나 막내배우가 하는 공연전 주의사항을 연출가님이 나와주셨다. ㅋㅋㅋ

이렇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면 정말 기분이 땃땃허다.

햄릿은 장르불문하고, 넘넘 좋은 텍스트죠....

비극인데도, 재밌으면서,,,,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왜일주일밖에안했는지아쉬운작품...

차이무의 재기 넘치는 유쾌한 배우가 우울한 왕자 햄릿을 맡았다는 것이
흥미로워서 찾게 된 공연이었다.

어린 햄릿과 어른이 된 햄릿의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전개되는 방식이
신선했고.... 순수하고 밝은 어린 햄릿과 가혹한 운명의 굴레에서 비극을 맞이하는
어른이 된 햄릿의 연기 교차가 인상적이었다.

순발력있는 배우라고는 생각했지만 과연 오용이라는 배우가 햄릿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그는 햄릿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쉬웠고..... 혹시 재상연된다면 다시 한번 그의
햄릿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