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님과 함께 본 뮤지컬...남편은 이미 예전 공연을 봤던지라 이런저런 설명을 많이 해준탓에 새로운기대보다는 국악이 어우러져 장엄하고도 한(恨)서린 느낌이 배가 되어 느낌이 색달랐던 공연

"산다는 건 무엇인가. 길고 긴 삶에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는가" "시간이 무엇이냐? 마치 꽃과 같은 것. 아스라져 아스라져 잡을 수 없는 것. 인생이 무엇이냐? 들에 핀 민들레꽃. 후 불면 날아가는, 그저 흘러가는 법"

TOM 1관에서 공연 중인 아랑가를 보러 갔습니다.

조선시대를 다룬 공연이나 영화는 많지만, 삼국시대 특히 백제 말기를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낸 공연은 없을 것 같습니다.

창과 뮤지컬도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고전 설화나 희곡, 이미 잘 알려진 국내 고전 작품들도 이런 식으로 연출을 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합니다.

무대도 심플하서 개로왕이 현실과 꿈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투영하라도 하듯 반사되는 바닥과 무대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백색의 실커튼을 통해 실루엣이 움직이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주무대 아래는 강이 되기도 했다가, 배우들의 동선을 더욱 넓혀줬습니다.

초연 때와 달리 눈이 먼 장면을 천으로 감싸지 않고 분을 칠해서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구요. 부채를 찢음으로 눈을 잃어버리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입부는 캐릭터의 특징과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해했던 것 같습니다.

도미 장군이 백성과 나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정작 제일 가까인 곁에 있는 아랑을 놓쳐버리는 과정이 몰입을 이끌게 합니다.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되어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직접 듣고 사진도 찍을 수도 있었네요.

''꿈 속의 여인''
- 뮤지컬 아랑가 관극 후기 -

- 공연일시 : 2019년 2월 6일 오후 3시
- 공연장 : 대학로 TOM 1관
- 출연 : 박한근(개로왕), 박란주(아랑), 이정렬(도림), 김지철(도미), 임규형(사한), 정지혜(도창)

재연 무대로 돌아 온 뮤지컬 <아랑가>는 삼국사기에 수록된 도미설화를 근간으로 새롭게 창작된 작품이다.

3년 전 초연의 기억은 강렬했던 개로왕의 미친 사랑이었다. 뮤지컬이 원전을 각색하면서 개로왕을 서서의 중심에 놓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로왕을 연기한 윤형렬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윤형렬의 개로는 한 여인에 대한 강박적 순정이 권력의 폭력으로 왜곡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무대를 장악했다.

이번에 다시 본 <아랑가>에서는 개로의 뒤틀린 미친 사랑보다는 아랑과 도미의 아름다운 순애보가 눈과 마음에 들어 왔다. 박한근은 윤형렬과 달리 나약함을 근간으로 개로를 이해한 듯 하다. 그 해석이 또 다른 느낌을 줬으나, 그러면서 극의 중심이 아랑(과 도미)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박란주는 아랑의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현대적인 여성 캐릭터로 표현해냈다. 아랑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나면서 도미와의 순애보도 함께 읽히기 시작한다. 3년 전 초연을 보면서는 개로에게 강한 연민을 느꼈으나, 이번 재연을 보면서는 도미 부부의 지고지순에 눈물을 흘렸다.

운명과 그에 저항하는 인간,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예정된 운명에 맞춰 파멸하고 마는 인간의 드라마는 마치 그리스 비극을 보는 느낌이다.

미니멀한 무대와 엄격한 빛의 통제는 초연 때보다 더욱 정교해졌다.
초연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들으니 넘버들이 참 좋다.

창 너무 좋았어요~ 꼭 보러갈게요!

쇼케이스 와보니 본공도 너무 기대됩니다ㅠ
본공도 곧 보러 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