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주제와 중견배우 젊은배우가 잘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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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않는 사물로 변신하는 당황스러움.
마치 평소 자신이 애착하던것이 현실이 되버린듯 유행처럼 번지고있다.

변신은 어쩌면 탈출하고픈 욕망일지 모른다.
우연이아닌 필연이되어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로 바뀌고싶은 바램이되고픈 것일까.
아니면 분노조절이며 또다른 인간의 전화인가..

세상에 반항하고 전투를위한 무기로도 변한모습.
그 어떤것도 어른들에게 이용당하고만다.

어른들이 보는 변신은 그저 청소년들의 문제로 결론 지어버린다.
그것은 자살이며 국가적재난처럼 생각지도 못한 우려가 실제발생한다.

하지만 사물도 상처받는건 마찬가지.
결국 어른들의 조정으로 살아감을 옅볼수 있었다.

그들이 풀어 나갈수있는곳은 어디에도 없는것인가.
때론 어디에 속하지못한 누군가 받아주지못한 존재를 대변해주고 있는듯하다.

변신은 그저 우연이아닌 필연이라 생각해본다.

중년이 곤충으로 변한다는 설정의 카프카의 변신을, 불안한 심리를 가진 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이 물건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으로 어레인지시킨 의미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소나기가 퍼부었던 지난 주말에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연극 <엑소더스>를 관람했다.
극단 내 마음의 지도 제작, 이시원 작/연출이고
포스터와 팸플릿의 역동성 넘치는 사진은 이강물 사진작가가 찍었다.

제목 엑소더스는 대탈출이란 뜻이다.
구약성서에서 모세의 인도하에 유대인(이스라엘인)들이 애굽(이집트)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서술한 출애굽기의 영어 표현이 바로 엑소더스(Exodus)인데
민족 단위의 탈출이었으므로 세계사에서 가장 유명한 대탈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극 엑소더스의 원작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이시원 작가의 <변신>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중년의 남성이었으나 작가 본인이 각색한 이 작품에서는 학생으로 바뀌었다.

전국에서 학생들이 물건으로 변신하는 괴이한 사건이 속속 발생하여 사회적 현상이 되어 버렸다.
머그컵으로 변한 학생도 있었고 전기밥솥, 스티커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어
학생변신사건만을 담당하는 변신대책관리본부라는 정부부서가 신설될 정도였다.
주인공 지호가 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아오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호는 정신을 차려보니 쓰레기집하장이었다고 조사관에게 진술하고서
무언가로 변신이라도 했던 건지 며칠간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조사관은 지호의 부모에게 연락을 취한 후 보호자가 올 때까지 지호와 이야기를 나눈다.
관심을 갖고서 이야기를 들어준 조사관 덕분이었을까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몽롱했던 지호의 기억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동급생이 육교 위에서 물건화되는 과정을 목격했다며 경찰관에게 신고하는
두 여학생 주희와 보람은 수다가 끊이지 않는 유쾌한 콤비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극일수록 침체된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유쾌한 캐릭터는 빛이 난다.
물건으로 변해 버린 사람들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받아가는 비양심적인 인간들도 나타난다.
사람이 물건으로 변해버린다는 설정은 인간성의 상실 즉 몰인격화를 비유한 것이라 생각한다.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먼저 떠오른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소설 <변신>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흉측한 곤충 모양의 생물체로 변해 버린 주인공을 통하여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고독감과 공포감을 그리고 있는 저명한 동명의 소설처럼
연극 엑소더스는 학교에 다녀야 하고 아직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미성년의 학생들을 통하여
탈출구를 찾는 청소년들의 고충을 표면화하고 있다.
따돌림을 당해서 가기 싫어도 학교에 가야만 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그럴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허락된 탈출로가 고작 물건화라니 가련하고도 애석한 엑소더스였다.

왜 아이들만 그렇게 변할까? 변신이라는 연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이라고 그 무게가 가볍지 않을텐데,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이들의 숫자는 어른이라는 대명사에 그 비율이 더 많을텐데, 왜 아이들만 사물로 변하게 되는 걸까?? 이런 생각 말이에요. 그러다가 네버랜드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은 잊고 있던 그 세상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세상,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피터팬이라는 이름의 대장과 함께 꿈과 모험으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세계 말입니다.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그 상상의 세계가 아이들에게는 진심으로 찾아헤매는 진짜 세계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쳤을지도 모릅니다.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네버랜드에서 멀어지는 자기의 환경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 상상이라도 제대로 하게 해주면 좋으련만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은 경쟁을 위한 시스템으로 아무도 꿈꾸지 못하게 만들고, 꿈을 꿀라 치면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고, 주변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을 이겨내라고, 그들을 경쟁상대로, 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네버랜드를 함께 찾아 떠날 친구도 없이 고독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꿈은 분명히 있는데 꿈을 찾아 떠날 방법은 막혀버린 아이들, 어쩌면 아이들은 네버랜드로 찾아갈 모든 에너지를 그렇게 변신으로 소모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왜 이런 변신이 없었느냐구요?? 막다른 골목까지 오지 않은 이상 모든 사람은 상상할 자유가 있고 그 자유 안에서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곳을 찾기만 하면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잠깐 마음을 쉬고 용사가 되어 다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을 수도 있었을 거니까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상상도 생각도 멈추고 경쟁하는 법에 온힘을 기울이도록 다그쳐졌고 몰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으로는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상상마저도 통제된 세상, 꿈은 있으나 꿈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막아놓은 세상. 결국 아이들이 자신을 변신시켜 사물이 되어버린 세상. 엑소더스라는 말은 대규모탈출을 의미한다고 해요. 그렇게라도 탈출해서 의식의 끈을 놓고 싶은 세상, 욕망을 분출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세상, 아이들의 세상은 어쩌면 그런 세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나는 과연 이 시대의 아이들, 내 조카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 연극, 적어도 네버랜드를 꿈꿀 상상의 시간만큼은 지켜주고 싶게 만든 연극, 엑소더스는 저에게 그런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