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같은 인생을 살았어야 했는데
인생을 연극을 모시며 살았다"

2022대한민국연극제서울대회(6)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작,연출: 한민규
*극단 혈우
*한성아트홀
*2022.03.04

타고난 언어감각과 문장력, 표현력, 창의력, 추리력을 갖추어야 하며, 역사나 사회현상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장시간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내력도 필요하고,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과 호기심을 요구하는 이 엄청난 능력을 품은 이가 있다면 누구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작품의 주제를 선택하고 내용에 따른 등장인물의 성격, 시대적 배경, 장소 등을 결정하고, 전개하는데 필요한 대사 내용, 동작 등을 구상하며, 각 장면의 특징에 따라 인물의 표정, 동작, 음향, 조명 등을 고려하여 시나리오와 극본을 작성하는 ''작가''입니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혈우의 기념비적인 무대는 그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작가판타지서사''라는 장르로 관객들을 맞이해주며,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의 대미를 장식해 줍니다.

무대는 ''작가라는 등장인물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새로운 연극을 만드는 과정 중 무녀와의 만남을 통해, ''판타지''가 펼쳐지는 작품으로, ''변화무쌍한 극중극''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굵직한 사회적 문제까지 건드리며 연극으로서만 표현할 수 있는 극적 요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대 전면에 설치 된 책장이 작가의 작업실로도, 소품 보관용으로도, 다양한 극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도 활용된 부분과, 중간에 설치된 여닫이 문이 등,퇴장과 장면의 전환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된 등장인물들의 비극이 다시 작가의 손에 의해 수정되어 행복한 결말로 수정되며, 다시는 슬픔이 없는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을 안고 마지막 숨을 거둔 작가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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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 배우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작가님의 작품은 어려워요~~ 장르가 무엇인가요? 맞다 관객이 느끼는 그것을 연출은 작품을 만들면서 알고 있었던것이다. 110분이란 긴 시간동안 무언가 배우들은 끊임없이 연기하고 보여주지만 관객은 얼마나 알아먹었을까? 미안해~~~ 난 뭔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들은 엄청난 만족도가 있을 작품.

돈 아깝다. 박수 열심히 치는 사람들 보면 나만 재미 없었던지도 모르겠지만.억지감동 주려는 신파와 이것저것 욕심 많은 작가 때문에 아무것도 건지지 못햇다고 생각함. 과유불급. 비판하기 위해 글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이만 줄임.

"세월아, 네월아 가지마라!"
아무리 노래한들 무엇하고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세월 따라 흘러가는 것이 인생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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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대한민국연극제서울대회(3) 여우만담

*작: 김윤미
*연출: 김국희
*극단 단잠
*한성아트홀
*2022.02.22

준비된 자에게는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그러나 그 기회를 펼칠 환경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한 그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변사가 되고 싶은 오빠와, 성악가가 되고 싶은 여동생은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가출 해 경성에 있는 동방극단에 들어가 무대에 설 기회를 기다리며 청소를 시작합니다. 많은 대사 연습으로 인정을 받아 무대에 설 기회를 얻고, 공연도 하게되었지만, 일본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순수 연극을 올리기는 쉽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단원들은 무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이어나갑니다. 시간이 흐른 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단원들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남과 북으로 흩어집니다. 폐허가 된 극장에 남겨진 여배우들은 호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만담을 이어가며 무대에 설 희망을 꿈꿉니다.

1920년부터 1950년까지 방대한 근대 연극사의 아픔을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내다 보니 다소 장황하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면서, 대사전달이 잘 안되어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파악하기가 다소 어려웠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다보니 장면과 장면사이의 연결성도 약간 부자연스러웠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장면을 줄이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표현해 주웠다면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연극인들의 마음이 더 진정성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춤과 노래와 대사를 위해 시간을 들여 애써주신 모든 배우님들께 박수보내드립니다.

절제미와 느림의 미학, 그리고 끌어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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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대한민국연극제서울대회(1)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작: 최인훈
*연출: 윤광진
*공연제작센터
*한성아트홀
*2022.02.16

연극은 때론 역동적이었다가 어느 순간 정적이 흐르고, 고요와 정막이 무대를 감싸며, 정지된 장면 같지만 그 안에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듯 관객들에게 무언의 대사를 던져줍니다.

깊은 산속. ''달래''라는 처녀가 김을 매고 있는데 그녀를 좋아하는 마을 총각 ''바우''가 나타나 다가갑니다. 바우는 성쌓기에 불려 갈지도 모른다고 하며 달래에게 혼인을 맺자 간청합니다.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나더니 ''열어줘''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날 포교가 찾아와서 아비에게 사또의 소실로 들이라고 회유를 하고 달래 어미가 중하고 눈이 맞아 도망을 간 거 아니냐며 놀립니다. 아비는 바우와 도망가라 말하고, 달내는 아비에게도 같이 가자 합니다. 그러나 어미가 또 올지도 모른다며 거절합니다. 그러다 밖에 인기척 소리에 놀란 달래는 엄마임을 직감하고 엄마의 손목을 잡고 들어옵니다. 엄마는 문둥이였던 것입니다.

낫을 들고 밭매는 장면과 달래의 바느질과 아버지의 새깨줄 꼬는 장면의 절제되면서도 간결한 표현을 시작으로, 겨울밤의 차가운 바람소리와 마을이 불에타는 장면을 몸으로 소화해내는 연출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달래를 떠나보내기 마지막 밤에 아비와 딸은 잠 못 이루며 복잡한 심정을 번갈아가며 앉았다 누었다를 반복하며 등을 보이는 장면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극대화 시키며 그저 뭉클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동물들과의 교감 장면은 이 작품을 통해 던져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요, 더이상 ''사람 세계''에서 살 수 없게 된 달래네 가족들이 숲 속 생명체들과 공존하는 ''끌어안음''을 표현한 몸짓 언어를 통해 세찬 비바람도, 추위도, 서로 어깨를 맞대어 온기를 나눌 때 너끈히 견내낼 수 있음으로 막을 내립니다.

수고하신 모든 배우님들께 박수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