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올라왔던 제목이 <지리다도파도파 설공찬전> 이었는데 이번에는 단순하게 <설공찬전>으로 올라왔다.
이 공연에 대한 관심이 있었으나 이래저래 지나치고 이번에야 보게 되었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F열 중앙에서 보았는데 앞자리와 그리 높이 차이가 없어 무대가 높이 있지만 앞자리 관객의 머리가 무대가 상당히 가리게 된다.
다행히(?) 내 옆자리가 비었던지라 이동해서 보았더니 나는 시야가 나름 괜찮았는데 앞줄 아주머니 한분은 공연내내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야를 확보하느라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유배지에서 아들의 3년상을 지키며 눈물로 지내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의 순간을 드리고자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받아낸 3*7 일에서 1일을 뺀 20일의 시간.
설공찬은 사촌동생 설공침의 몸속을 빌어 아버지 앞에 서게 되는데...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아버지의 함구에 안타까움만 가득하던 공찬은 드디어 세상의 부조리함을 느끼게 되고 아버지의 깊은 속 마음도 깨닫게 된다.
등장인물 11명 각자의 캐릭터도 재미있고 어찌보면 단순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여러가지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보여진다.
때로는 너무 지나치다 싶은 코믹함이 살짝 거슬리기도 하지만 극중 대사처럼 귀엽게 느껴져 편안하게 웃을수 있는듯 싶다.

1500년경에 채수라는 인물이 지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데 그당시 사회의 부패성을 빙의라는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야기가 꽤 탄탄하고 재미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탐하고 부를 축적하고 아부와 뇌물이 오고가는 부패의 냄새는 크게 다르지 않은듯 싶다.
세월이 흘러가고 시대가 변하고 법은 엄격해져 가는데도 구석구석에서 여전한것을 보면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역사를 교훈삼아 좀더 발전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하는데 ...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모습은 돌고 돌아 늘 같은 자리일 경우가 너무나 많아서 안타깝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믿어본다.

원작과 연극은 조금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정치를 비판하고 권력욕에 눈먼 세상에 대해 경고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라 생각된다.
원작으로 만나든 연극으로 만나든 그 속에서 깨닫고 각성하고 바른 마음과 생각을 품고 살아가게 되면 좋은것 아니겠는가!

아버지 설충란의 대사가 인상깊다.

'늪이다. 사는게... 빈손이 더 무겁구나'

지리다도파도파

2009. 02. 08 pm6



우선 정보소극장은 처음 가 봤다.

자주 갔던 더 가까운 편이다.

처음 들어가서 보니 세트가 참 든든하게 생겼고 운치가 있었다.

우리 전통 한옥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좋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제법 있는 듯

그리고 의상이 참 고왔다. 옥림이의 의상부터 해서 모든 의상이 참 좋았다.

그리고 여배우들이 인물이 좋아서 다들 한복이 잘 받았다.

무대와 의상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 바라보는 관객 마음 훈훈하다.



이 이야기는 우리 고전 소설이다. 그것도 한글소설인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상당히 앞서가는

사상이 담겨있다.

공찬은 미혼인 상태로 아비보다 먼저 죽었다. 불효를 했다는 죄책감과 늙은 아비가 입 닫고 귀 닫고 살겠다는 말에 잠시나마 곁에 있고자 다시 이승에 나왔다. 패륜을 일삼는 사촌 공침의 몸에 들어왔는데 공침의 몸에 들어간 공찬과 원래 자아가 치열하게 싸우면서 이랬다 저랬다 행동과 말투가 엄청 달라진다.

공침이 귀신이 들었다고 판단된 공생원 묶어놓고 무당을 부른다. 무당의 힘으로 간신히 막아놨지만 공찬은 적극적으로 도우겠다는 약속으로 다시 풀려난다.

그 즈음 공찬의 집에 대감이 나타나고 공찬의 가족들은 모두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쓴다.

공침의 관직과 간택을 받고자 아양에 애교를 떠는 모습을 보니 참 그랬다.

가진자가 더 가지기 위해서 애를 쓰는 것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서 애를 쓰는 모습...

예나 지금이나 어쩜 그리 비슷한지...



중간 중간 공찬의 입을 빌어 조선시대가 곧 변혁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 설공찬전이 묻혀진 것은 그런 급진적인 사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득권을 몰아 내고 새로운 세상이 생긴다는 것.....

지금 우리 현실도 그런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사촌여동생역의 배우 정말 명랑만화에서 쏙 빼온 듯 합니다.

마지막까지 관객을 위해서 아낌 없이 손을 흔들어 줘서 고마웠음.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배우들의 연기와 내용이 꽤 좋았다

최근에 본 공연 중에서 의외의 수확이다.

옛날 이야기인데도
연출이 흥미있게 되어서 그런지
현대를 사는 저한테도 많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너무 유머에 치중하지도 , 너무 무겁지도 않은 연극 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공찬이랑 공침이 연기에서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중에 이중인격으로 갈등하는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공찬이 , 공침이 연기 감동이었습니다 ^^

처음 부분에 배경 지역 특성상 사투리로 진행되는데
대사가 너무 빨라
저는 못따라 가겠더라구요^^;;

담엔 충무아트홀에서 하시는 것 같은데
좋은 성과있으시길 바래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

역시 몇년을 앵콜 공연을 하는 이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공연이 더 사랑받아야 오래 갈텐데요...
극장 옮겨서 또 한다기에, 또 예매했습니다...
정말 재밌었어요....

몇년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상하게 시간이 나서 공연을 보려고 하면 막 단관이 끝났고 다들 좋았다고 하는, 그래서 혼자 가서 볼까 고민하다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는 작품이었다. 이해제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나다니기는 많이 했지만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던 정보소극장에 들어갔다. 좌석이 쭉 붙어있는 형태라 밑에 좌석번호가 있기는 했지만 한 덩치하는 사람들이 파카까지 입고 있으니 자리가 비좁았다..ㅠ.ㅜ

젊은 나이에 죽은 공찬이 식음을 전폐하고 입을 닫은 아버지에게 효를 다하기 위해 스무날의 말미를 얻어 이승에서 머물면서 빙의하여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깨닫고 이몸저몸 돌아다니면서 세태를 비판하는 이야기였다.
조선 최대의 빙의담이라는 설명을 보고 빙의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공침이에게 공찬이가 빙의되어 공침이와 공찬이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공침이가 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찬이와 대결하는 장면은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에 비견될 만한 굉장히 웃기는 부분이었다. 순간순간 바뀌는 태도와 목소리, 몸의 부분적인 통제불능이 두 사람의 극단적인 성격의 대조를 통해 웃다가 얼굴이 아프게 했다.
더불어 후반의 정익로 대감의 밉상 연기도 아주 제대로였고, 각각의 인물의 빙의상태 연기도 좋았다.

권력의 속성에 대한 정익로 대감과 공찬의 대화, 충란의 선문답같은 말들, 공찬의 현실에 대한 비판은 의미심장했다. 그 중에서도 "늪이다. 사는 게..." 라는 충란의 말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운이 없다면 덩치 큰 사람들 사이에서 괴롭게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