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의 작은새가 나중에 누구인지를 알았을때... 오루 라는 주인공의 인생사를 보면서... 뭐라 말을 할수가 없었다. 제 3자의 눈으로 가타부타 뭐라 말을 할수 없지만.. 어느새 흐르는 눈물이 모든것을 말해주는듯 하였다.

기묘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극이었습니다. 새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배우들의 몸짓이 만들어내는 한 장면, 한 장면이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봤다. 사실 오랜만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가끔은 오랜만이라고 생각해야 즐거운 것 같다. 극장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중학생 때 이곳에서 프란츠 카프카 원작의 <공포>라는 연극을 봤던 기억이 있다. 당연하게도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 참 빠르다.

오늘 봤던 연극은 <새들의 무덤>이라는 연극이었다. 자신의 고향 바닷가 마을에 방문한 오루가 폐허가 된 집터에서 새 한 마리를 만나며 그와 같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관객들은 이 여행의 동승객으로써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가 된 다섯 살의 오루부터 ''돼지의 저주'' 이후 방황하는 오루, 그의 청년기, 그가 아내를 만나 자식들을 낳고, 그들과 헤어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게 된다. 각 에피소드마다 굵직굵직한 현대사적 사건들이 삽입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극은 오루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조망하고 있다. 한데, 사실 이러한 서사 전개 방식은 특별하다고 볼 수 없다. 그 옛날,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요긴하게 써먹었던 기법이고 근래에도 영화 <국제시장>이나 국립극단의 <알리바이 연대기>가 이 방식을 활용해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만약 <새들의 무덤>이 그 작품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지점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렇고 그런 뻔한 연극이 될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새들의 무덤>은 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 극이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ㅡ특히 <포레스트 검프>와 <국제시장>이 가지는 맹점 중 하나가 "역사적 사건의 한 단면만을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것이다. 경제 개발 시기 주인공이 피땀 흘려 노력했고, 그 결과 우리가 지금 이렇게 부유한 나라에 살게 된 건 나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그 성장주의 서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작금의 기후 위기 문제, 코로나19 사태도 그 성장주의 서사가 초래한 비극 아닌가? 물론 주인공 한 개인에게 역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주인공의 삶을 내세워 한 시대를 미화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들의 무덤>은 분명히 좋은 작품이다. 이 연극도 오루의 삶을 추적하며 그 속에 박힌 역사적 사건들을 발굴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것을 전시하거나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 좋은 씨를 얻겠다는 욕심 때문에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 해 생긴 ''돼지의 저주''가 세월호 참사와 포개질 때, 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납득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지적되었던 핵심적인 문제들(무리한 화물 적재와 선박 증축, 정부의 초기 대응 미비,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 등), 참사 이후 7년이 흐른 지금까지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태가 ''돼지의 저주''를 발현케 했던 그 욕심과 무관하지 않다. 조금만 더 돈을 벌겠다는 욕심, 나만 살겠다는 욕심, 자신의 당과 정파에 유리한 짓만 골라하겠다는 욕심. 그 욕심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아니, 우리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비극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새들의 무덤>은 이를 섬뜩하리만치 잘 지적하고 있다. 한 마리의 새가 된 도순은 오루와 관객들에게 이제 회피하지 말고, 이 역사적 진실을 똑똑히 보라고 주문하는 듯하다. 중간에 여행을 그만두겠다는 오루를 극구 말리는 새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볼거리도 풍성한 연극이었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무대가 널찍하니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신명 나게 뛰어다니며 꽉 찬 무대 구성을 보여준다. 그들의 유려한 무용과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는 세심한 사운드 디자인(익살스러우면서도 듣기 불편한 사운드가 극의 주제와 잘 맞닿아 있다.)이 인상적이다. 1부 후반부에 보였던 씻김굿 장면은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삼촌의 처가 뜬금없이 오루를 겁탈하려는 장면 등 불필요한 몇몇 장면을 드러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연극이었다.

- instagram : @blossom_pen

인생 연극입니다. 애정하는 마음으로 관련 기사도 썼고 두번째로 보러왔습니다. 이 극은 에너지가 강한 극입니다. 그러니 관람 전에 꼭 잘 챙겨먹고 기 충전하고 가세요. 극의 열기와 에너지에 압도 되기 전에요. 아니 사실은 압도 되어도 좋습니다. 기절할 것 같은 열감이 심장을 가득 채웁니다. 이 극에서 열연해주신 배우분들, 또 보이지 않는 곳을 메꿔주신 스텝분들, 연출분들은 부디 오래오래 극을 해주세요. 새들의 무덤처럼 충만한 극을 부지런히 열심히 만들어주세요. 압도되는 경험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10년 뒤에도 계속 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