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최근 박근형의 작품은 도 아니면 모다.
고전의 해석같은 경우는 그의 깊이가 그대로 배어나오는 작품들을 만날 수있는 반면
박근형연출이 창작한 현대극의 경우는 예전 청춘예찬이나 너무 놀라지마라같은 걸작들에 미치지 못하고
그냥 병맛같은 대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
그래도 늘 골목길이나 박근형에 대한 애정과 기대로 작품을 보러 간다.
솔직히 엄사장은 선착장에서, 돌아온 엄사장에 대한 연장선상이라는 이유,
그리고 오랜만에 엄효섭, 황영희를 볼 수있다는 단 두가지 이유로 보러간 작품이다.
선착장에서는 참 좋은 작품이라고 기억하지만
연극열전에 편입되어 고수라는 스타를 기용한 돌아온 엄사장은 사실 그닥 훌륭하지 않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엄사장 엄효섭의 연극배우시절에 그의 작품들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 각종 영화와 드라마로 종횡무진 활약중인 그를
박근형의 작품이 아니라면 연극에서 다시 만나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황영희 또한 예전 골목길의 간판배우로
요즘 드라마에서 무척 잘나가는 조연으로 매우 바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그는 확 뜨고 난 이후에도, 유명하지 않았던 드라마 조연배우로 활동하고 있을 때에도
정말 부지런히 무대작품을 해온 진짜 연극배우다.
이런 배우들이 다시 뭉쳤기에 엄사장은 살아있다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작 엄사장에 나왔던 배우들은 내가 기억하기로 엄효섭, 황영희, 심성효 뿐이지만) 모든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탄탄한 연기와 박근형연출이 끈질기게 시도해오는 시대에 대한 조롱이 어우러지면서
연극 공연 내내 빵빵 터지는 관객들의 웃음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
이번엔 엄사장이 국회의원으로 등장하면서 그로 인한 정치적인 문제들도 가미되면서
상당히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대사들이 많아 일면 속이 시원하면서도
여전히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
어쨌든 한바탕 난리굿을 치르며 박근형 특유의 호들갑스러운 왁자함을 느끼고 왔다.
배우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거기에서 묻어나는 배우개인, 그리고 캐릭터의 특징은 아는 사람들만 더 누릴 수있는 잔재미이다.

박근형 연출님 연극은 숨은뜻이 많다. 지금, 현실, 우리를 날카롭게 꼬집고 비판한다고 하는데 난 늘 절반도 아니 솔직히 10%로도 이해못한다. 심지어 반대로 이해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건 내가 사회에 관심이 없는건지 표현이 잘못된건지 정답은 없지만 아쉽긴하다. 늘 보고나서 이거였어?를 무한반복한다고 할까. 그래서 그냥 웃기게 보거나 혹은 웃기지않으면 불편하게 보고만다. 그래서 늘 아쉽다. 오늘은 그나마 웃기긴해서 별 세개. 허나 절대 날카롭진 않았다. 좀 더 대중적인 날카로움이 다음작품에선 보여지길 연극 꿈나무는 바랄뿐이다.

"엄사장은 살아있다" (작,연출:박근형 출연:엄효섭, 손성호, 강지은, 황영희, 심성효, 김은우, 조지승, 계미경, 임진웅, 이호열 제작:극단 골목길 극장:대학로 아름다운 극장 별점:★★★★★) 2005년 "선착장에서" 와 2008년 "돌아온 엄사장" 에 이은 엄사장 시리즈 완결판이다. 전작을 안봐도 극을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울릉도 출신의 자수성가한 엄사장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자신을 지지해준 지역 주민과 함께 중국 시안으로 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극이 시작되고 오래만에 보는 황영희 배우님이 나와서 춤을 추는 장면부터 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준다. 박장대소 하게 만드는 유머와 극의 중간중간 촌철살인의 풍자가 숨어 있다. 사투리 대사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황영희 배우님의 연기는 역시 일품이다. 이에 버금가는 강지은 배우님의 연기도 너무 좋다. 임진웅 배우님과 조지승 배우님의 악기 연주가 눈에 뛰는데 알고 보니 뮤지컬 "원스" 에서 직접 악기를 다루고 연기했던 경력이 있었다. 극의 배경이 바뀔때 마다 신문지를 뜯어서 장소를 표시하는 것도 좋았다. 아무튼 극단 골목길 다운 공연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딘 연극에 아쉬웠습니다.

배우들 연기는 물론이고 내용도 참 재미있어서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연극은 이런 비틀기로 속시원한 웃음을 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네요.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