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데려온 거북이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죽었다는 사실에서 시작하는
깜찍한 상상~

인간의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반성.

기발한 아이디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여기 한 마리의 거북이가 있습니다. 한 마리의 거북이이자, 한 명의 노부인입니다. 유럽을 떠돌며 거북이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한 그녀는 고향 갈라파고스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수를 찾아옵니다. 그래요, 그녀는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서 데리고 나온 그 거북이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에 살아있는 증거가 된 그 거북이들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자신이 본 유럽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줄테니 그 댓가로 자신을 갈라파고스 섬, 그리운 고향으로 돌려보내달라고.

교수는 처음에는 그녀가 거북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거북이 등껍질을 만져보고 초록빛 괴상한 피부를 보고 차츰 그녀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믿게 되지요. 그리고 그녀가 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도 믿게 됩니다. "내가 직접 보았어요"라며 드레퓌스와 히틀러와 베를린 올림픽과 스탈린과 베를린 장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그는 약속했습니다. 거북이 해리엇을 갈라파고스로 돌려보내주겠다고. 그러나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교수도, 교수의 아내 베티도, 의사도, 저마다 해리엇을 자기 뜻대로 이용할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들은 해리엇의 정신을 들쑤시고, 신체 조직을 떼어내고, 전기 쇼크를 주고, 쇼를 만들어 표를 팔려 합니다. 아무도 그녀를 갈라파고스로 돌려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녀가 그들에게 쓸모없다고 판단했을 때조차 말입니다.

이천년 전 마굿간 구유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던 그 밤에 결국 해리엇은 인간들이 우울할 때마다, 불면의 밤마다,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주문처럼 받들어 모시던 '약'을 모두 쏟아넣은 케이크를 대접하고는 울 것 같이 웃으며, 미쳐버릴 것 같은 얼굴로 웃으며 외쳤습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적응…!"

《다윈의 거북이》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역사 이전에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리엇은 200년간 그녀가 본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그녀가 다윈의 진화론을 그대로 드러내는 '다윈의 거북이'라는 것이, 즉 그 200년의 시간이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 대한 이론을 발표한 이후에 흘러간 시간이라는 것이 소름끼칩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진화사란 결국 근대 200년간의 유럽- 이 세계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악한 짓을 저질렀는가였으니까요.

다윈은 생물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급격히 퇴화할 수 있다는 가설을 이야기했고 해리엇은 그 가설을 증명하는 것처럼 퇴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아마 그것이 해리엇의 연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그처럼, 인간은 이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짐승으로 퇴화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산업혁명 이후 사회는 물질로 대변되고, 인간은 과학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판단되었죠. 바로 교수와 베티와 의사가 해리엇을 욕망과 자본과 의학의 논리로 판단했던 것처럼.

해리엇은 인간이 얼마나 도덕성을 잃고 타락했는지 어떻게 짐승으로 퇴화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드레퓌스 사건으로 입을 열고 게르니카와 나치, 아우슈비츠 및 1980년대 폴란드에서의 숙청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원자폭탄과 베를린 장벽에 대해, 페레트로이카와 트로츠키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인간이 인간을 미워하고,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인간이 인간을 학살한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최근 200년 동안 유럽을 떠돌며 인간의 형태로 진화했고, 또한 인간이 그 본성을 잃고 퇴화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마리의 거북이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했지만, 그런 거북이가 본 것이 인간이 짐승으로 퇴화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해리엇은 전쟁에서 도망치기 위해 처음으로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고, 학살당할 위험에 처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립보행과 언어 사용은 영장류의 진화 과정에 있어 크나큰 발전의 증거이건만 그를 통해 해리엇이 보고 느낀 것은 결코 발전이 아닙니다. 그녀가 말을 하게 된지 몇 개월 후 처음으로 수동태 구문을 말하던 날, 그 날에 대해 담담히 서술하던 - 차가움이 뚝뚝 떨어지던 그 목소리를 과연 잊을 수 있을까요? "'커다란 폭탄이 섬 위에 투하되었다.' … 그리고, 난 느꼈죠. 수동태 구문에서는 행위자가 의미의 뒤로 슬쩍 숨어버린다는 걸."

그래요,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해리엇은 그것을 보여줍니다.

강애심씨의 해리엇은 정말정말로 거북이 같았습니다. 목을 쓰윽 내밀었다 움츠렸다 하는 모습이 정말 등껍질 밑에서 거북이가 데굴데굴 눈을 굴리는 것 같았어요. 프랑크 소시지를 좋아하는 거북이, 날벌레를 잡아먹는 거북이, 다윈의 거북이. 목을 쑤욱 내밀었다 집어넣고 짓는 익살스런 표정은 귀여웠고 더듬거리며 난 그를 돕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은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그 표정이라니, 웃음도 비명도 절규도 아니며 동시에 그 셋 모두였던 "적응…!"의 표정이 어둠 속 유일했던 조명 아래서 숨이 막혔습니다.

강애심씨 이외의 세 배우는 모두 서울시극단 단원으로 지난번 《마라, 사드》에서 만났던 배우들인데 교수의 강신구씨는 사드, 베티의 강지은씨는 코르데, 의사의 김신기씨는 사회자로 열연하셨었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드보다 교수가 더 좋았습니다. 교수는 해리엇을 안쓰럽게 여기고 챙겨주려 하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욕망과 이익 앞에서는 가차없이 그녀를 사료 취급하곤 합니다. 알고자 하는 욕망은 그 무엇보다도 강렬한 욕망 중 하나이지만 그는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기나 했을까요?

강지은씨의 베티는 몸놀림이 참 아름다우시더라고요. 슬슬 눈치를 보는 듯 하다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발악하는 모습. 이분의 코르데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베티 역시 좋았습니다.

김신기씨의 의사는 섬뜩했습니다. 태연하게 심장마비와 발기는 별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너무도 당연하고 태연하게 - 의학의 이름으로 '사람의 모습을 한' 해리엇을 앞에 두고 교배를 시킨다는 말을 하거나 전기 쇼크를 가하며 참으라고 말하는 모습이 마치 이전에 보았던 사회자와 겹쳐지기도 했습니다. 그 악마 같던 모습과요. 해리엇은 그런 의사조차도 이해하고 포용하려 합니다만… 그러나.

사실 명성만큼 그렇게 대단하고 흠잡을 데 없는 극은 아니었습니다. 연출이나, 특히 영상 사용의 측면에서 조금 과하다 싶은 부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고라도 위에 인용한 해리엇의 말, "'커다란 폭탄이 섬 위에 투하되었다.' … 그리고, 난 느꼈죠. 수동태 구문에서는 행위자가 의미의 뒤로 슬쩍 숨어버린다는 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 극을 보러 갈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해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인간은 먹지 않을 것을 사냥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도 하지요. 그것을 두 시간 동안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좋았어요~~좋았어요~~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연극 다윈의 거북이~

다윈과 거북이라?
대체 어떤 관계인 것인지?

독특한 제목과, 포스터부터
저의 궁금증을 잔뜩 유발하는 작품이었어요~

올해 여름에 봤던
참 좋았던 느낌의 연극 “하얀앵두”
김동현 연출님의 새로운 작품
“다윈의 거북이”도 기대 속에 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으로 진화해버린,
다윈이 갈라파고스섬에서 데려온
암거북이 헤리엇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우선,
거북이가 진화를 했다는
그 가정이 기발했다ㅋㅋ

인간의 긴 역사를 살아온
헤리엇의,
인간의 진화에 대한 시선...

그 진화가 정당한 것인가?
그리고 진정으로 진화인가? 아니면 퇴화인가?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들에,
오랜만에 많은 생각들을 하며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웠던 연극이었지만,
웃음이 터져나오는 부분도 많았던ㅋㅋ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연극이었어요~

살아남기 위해서
환경에 적응 해야만 했던 헤리엇...

그리고
헤리엇을 둘러싼 교수와 베티와 의사의
이기적인 욕심들에
씁쓸했던...

안봤으면 후회했을 작품이었어요~

너무 늦게 보게 되어,
또 한번 더 보고싶었지만
볼수 없었던...
아쉽네요~

다음번에
또 막이 오르기만을
기대해요^^

헤리엇 역의 강애심 배우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님들의
명품 연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시 놀라운 작품을 보여주신
연출님도요^^

연극 "다윈의 거북이"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냥 못보고 보내면 후회할뻔한 작품..

갈라파고스 섬을 떠난 그저 평범한 거북이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한 해리엇에게
인간은 발달된 문명으로 진화의 마지막 단계를 보여준 것같지만
결국 마지막은 짐승으로 퇴화하는 단계를 보여주는

짧지만, 그 안에 유머와 인간의 탐욕, 19세기말의 유럽역사를
유쾌하고 냉철하게 표현한 작품

다음에 꼭 다시 무대위로 올려졌으면 좋겠고,
그때는 객석에도 관객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