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같지��

무순전범관리소에서 6년간의 교육과 교화가 과연 그들이 죄를 반성하고 뉘우쳤을까?
전쟁은 끝이 났지만 그 상처와 아픔은 길이길이 후세에 전달되어 기억해야하는 것... 역사는 오래된 미래이기에...

세계적인 장기 불황의 여파를 타개하기 위해 아시아 진출을 모색하던 일본은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중국 전체로 전역을 확장시키키 시작합니다. 당시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으로 좌우 이념대립의 혼란이 극심했던 중국은 일본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전국토가 초토화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되지요. 장장 10년 가까이 이어진 중일전쟁의 시작이자 독일 제3제국의 총통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이전에 발발한 제2차세계대전의 서막이기도 한 끔찍한 비극은 중일 양국 국민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사건으로 오늘날에도 깊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연합국에 가담하여 전후 승전국의 지위를 획득한 중국이 운영했던 무순전범관리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연극 <무순 6년>을 관람하기 위해서 주말 오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된 포로수용소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중국 전통 음악을 들으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조용히 객석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신문 형식으로 제작된 안내 책자에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당시 수용소 운영과 일본군이 저지른 학살의 만행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공연의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내전에서 승리한 중국 공산당 정부는 소련으로부터 인계받은 일본군 전범 포로들을 인도받기 위해서 랴오닝성 푸순시에 무순전범관리소를 설립합니다. 1부에서는 희생자의 유골 발굴과 수용시설 태세를 점검에 분주하면서도 일본인 포로들을 사회주의 사상으로 교화시켜 돌려보낸다는 중앙당의 방침에 복잡한 심경을 애써 감추고자 하는 중국인 간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수용소 밖에서는 연일 일본인 포로 수용 불가를 외치는 주민들의 데모가 벌어지는 가운데, 무료한 간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처지와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잡담을 나누며 중국 인민 다수의 목소리를 애써 듣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간수들 역시 일본인 포로 처우 문제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데 당한만큼 똑같이 보복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과격한 의견, 연극따위로 교화는 불가능하다는 회의론, 어차피 인간은 죽으면 모두 불쌍하다는 동정론이 나뉘어 논쟁을 거듭하게 되지요.

2부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중국인들을 학살한 포로들이 수용소에 도착하여 비교적 자유롭게 지내면서 자신이 저질러온 잘못을 자백하는 자술서 작성과 당시의 경험에 기반한 연극을 제작하는 수감 생활을 조명합니다. 일본인 포로들은 장교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이 혼재되어 있는데, 자신의 잘못을 무용담으로 생각하여 협조를 거부하는 사람과 부모님과 고향 생각이 간절해 빨리 송환되고 싶은 마음에 교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사형 판결을 각오하고 모든것을 체념하여 대일본제국의 황군으로서 명예롭게 죽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일본군 포로들이 도망친 팔로군 포로를 숨겨준 시골 노부부와 마을 사람들을 처형하는 내용의 연극을 성공적으로 펼치는 극중극 구조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의 아픔이 만나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어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때론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의 폭력에 의해 평생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 과연 자신은 나를 아프게한 증오스러운 상대방을 정말 용서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 진정으로 용서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증오를 가슴에 품으면 독이 되지만,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과거를 청산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지혜일 테니까요.

전후 부역자와 전범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한 승전국에 비해서 중국 공산당 정부는 사회주의 사상은 군국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신념에 기반하여 대부분의 포로들을 본국으로 송환시켰습니다. 이른바 [원수를 은혜로 갚는다]는 대륙의 관용은 해방후 미진했던 과거사 청산과 가해자 일본의 사과를 여전히 받지 못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진한 얼굴로 일본인 모녀와 민간인 사업가를 살해한 것을 항일이라고 착각하는 간수처럼 중국 역시 한국전쟁에서 한국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때문에 붉은 오성홍기와 모주석의 대형 초상화, 중국의 국가가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연출은 아직 일반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겠지요. 짧은 공연 기간의 경험이 쌓여 다시 돌아온다면 보완 수정되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과거사 청산과 용서와 관용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작품이 되어주기를 응원합니다. 31절을 앞두고 느낀 깊은 감동과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갑니다. 멋진 무대를 선보여 주신 배우님들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순 6년" (작:김도영 연출:이준우 출연:김은희, 한윤춘, 전중용, 김대진, 우정국, 신용진, 안영주, 한상훈, 김도완, 윤광희, 김상보, 김호준 주최: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극단 배다 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별점:★★☆☆☆) 2017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연극(연출) 다섯번째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중국은 무순전범관리소에서 일본 전범자들을 상대로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한부분으로 연극을 만들어 그들에게 희생자의 고통을 느끼게 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아는 부분도 있으나 내용은 딱딱하고 지루하다. 너무나 애정하는 극단 여행자의 배우들을 봐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