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도 대본도 연기도 다 좋았어요

<피해자, 혹은 가해자. 맥베스의 이름.>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지난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13일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극단미추와 재일교포인 극작가 정의신, 연출 손진책이 만나 만들어진 공연은 극중 김춘길의 모델이 되는 실존인물 ‘이학래’씨와의 인터뷰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근데 왜 하필이면 적도아래의 ‘맥베스’일까? 극의 작가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맥베스는 어느 정도 가해자이고, 어느 정도 피해자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B&#8228;C급 전범들이 그런 사람들이다.’라고 답했다. 즉 B&#8228;C급 전범들은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한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때는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로 혹은 자원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이 태면 철도 건설 현장에서 일본군 포로수용소의 감시원으로 일했다. 높은 급료와 혜택을 약속받았었던 것과 달리, 일본군이 패한 후 일본인으로써 전범 재판을 받게 된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어느 나라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감시원으로 일하면서 포로들에게 학대를 가했다는 죄명으로 전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 받는다.
이야기는 일본의 한 제작자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포로수용소의 감시원이던 조선인 생존자 ‘김춘길’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940년, 태면 철도 건설을 위해 징집된 포로 수용소 감시원들은 전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먼 이국땅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연극은 인터뷰를 하는 현재와 형무소 안에서 사형선고를 각오하고는 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과거가 번갈아 이야기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연극을 통해서 ‘전범’이란 단어의 뜻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고, ‘태면 철도’가 무엇인지 또 전범으로 몰려서 억울하게 타국 땅에서 죽어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마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작가는, 이 연극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타국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말이다. 작가는 ‘우리가 피해자다.’와 같은 진부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의 역사 한 켠에 이러한 일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극중 배우의 ‘알려져야 해요. 알아줘야 하구요.’라는 대사는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연극에서 무대장치는 무시할 수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연극을 볼 때에는 오직 배우들의 연기에만 몰입을 했었는데, 무대장치에도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보니 연극을 좀 더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의 무대는 ‘태면 철도’ 와 ‘형무소’ 두 장소가 주 배경이었는데 형무소의 배경이 더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철장으로 된 문만 있는 무대를 보고 썰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극의 분위기 형성에 도움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무소는 철로 된 문 하나로 형무소의 안과 밖이 나뉜다. 비록 딱 하나의 작은 문이지만 그것의 존재감은 컸다. 그 작은 문으로 인한 안과 밖의 단절감이란.. 또한 철문밖 보이지 않는 문으로 간수들이 드나들 때 들리는 ‘끼익’하는 문의 소리는 단절감과 절망감을 더 해주었다.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에는 연기가 약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배우들의 연기 덕에 연극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분노, 슬픔, 그리움, 아픔 ... 여러 가지 감정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전해져왔다. 극중 ‘김춘길’이 인터뷰를 위해 태면 철도를 찾아왔을 때 찻길을 만지던 손짓 하나, 그리고 무엇인가를 바라보던 그 눈길은 아직도 머릿속 깊이 남아있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 사형선고를 받은 박남성이 연극했던 ‘맥베스’는 장난기 가득하고 웃음기 가득했다. 다른 관객들은 배우들의 익살스런 연기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그 순간에 웃을 수가 없었다. 왠지 더욱더 슬프게 느껴졌다. 그런 웃음기 가득한 연기를 통해서 더 큰 슬픔을 전해 준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것 같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내가 왜 일본사람으로 재판받고 일본사람으로 죽어야 하는 거야. 도대체 뭐 때문에 누굴 위해서 죽어야 하는 거야. 왜!”

과연 이들을 ‘피해자’ 혹은 ‘가해자’라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그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들을 ‘피해자’로 봤을 때, 막말로 그들은 일본의 필요에 의해서 쓰고 버려진 ‘도구’라 할 수 있다.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징집했고, 전후 자신들이 패하자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전범 재판을 받아 사형을 선고받도록 버려두었다. 몇 사람이 살아남긴 했지만 그들은 ‘B급 전범’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일파로 몰려 살아남아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조선인과 일본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홀대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을 이렇게 ‘피해자’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결국에는 그들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극 도중에도 나온다. 한 사람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린 그것 밖에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지만 다른 사람은 반박한다.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고. 일본의 말을 듣지 않았을 수도, 혹은 독립운동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맞는 말인 것 같다. 일제 강점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었다.’라는 것을 거부하고 일본에 저항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로 합리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에게 ‘피해자’나 ‘가해자’ 둘 중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 나는 ‘피해자’라는 단어로 정의를 내리고 싶다. 물론 그들은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 올바른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전쟁의 희생양 일 뿐이다.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전쟁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아픔을 견뎌냈다. 때문에, ‘피해자’, ‘가해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맥베스의 운명에서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구해내고 싶다.

손진책연출님의 이름을 믿고 갔돈 적도아래의 맥베스...
...손연출님에 대한 신뢰를 한웅큼 더 가져가게끔 만드는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2차세계대전의 가해자로 몰렸던 조선의 청년들의 이야기.
잘 알지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조선인도아닌,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우린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지난 2010.10.08 7:30 분 명동예술극장에서 적도아래맥베스공연을 보았다
적도아래맥베스는 연합군 포로 수용소 군속 에 이야기였다 적도아래맥베스는 알려진 이야기가 아닌 한국인이 일본인지휘아래 태평양양전쟁에 동남아시아 연합군 포로를 감시한 사람들이야기로 유일하게 생존한 인물이 한 PD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게 되면서 사형을 당해야만 했던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옮겨 담고 있다.
맥베스을 만든 작가는 제일교포 2세로 작가(정의선)는 사회적 상황이 한국인 군속들을 사형범으로 만들 수 밖 에 없었던 걸로 보여진다. 그러나 극중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파국을 그들이 자초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남김으로써 최종판단은 관객에게 맡긴다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극중에서 제2막에서 끈내 다큐멘터리를 완성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끈난다는 관점에서 작가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 끈임없이 해결해야갈 일 이라는것을 말해주는것 같았다. 또한
멕베스 공연은 연극무대 또한 잘만 들어서 연극을 보기에 충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보는 내내 사운드가 굉잖이 인상적이였으며 더운 지방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되새겨 주듯이 조명을 진한노란빛으로 쏘았으며 극중 배경이 감옥인거 만큼 철창들이 인물의 수만큼 있었다. 또한 반딧불을 보여주면서 억울한 영혼을 표현하기엔 매우 적합했던거 같다. 처형소가 바로 앞에 있어서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것을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수준급이였다. 미추공연단의 배우들 답게 명품적이 연기를 선보였다.
적도아래맥베스의 공연을 보면서 조선인도 아닌 일본인도 아닌 상황에서 아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던 사회적인 배경들을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그 시대에 암흑적으로 사형을 당해야만했던 당시상황을 잘표현해주는 작품이였다.

참, 2부 사형장 집행전 마지막 샤워신에서 갑자기 알몸연기가 나와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물론 굉장히 중요한 씬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의미로 연출했는지 알겠지만 갑작스러웠습니다.

주위에서도 킥킥거리는 분들이 많이 가장 숭고해야 할 장면의 감정이입이 사실 쉽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관객의식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꼭 필요한 씬이였다고 할 수 있겠고 어쨌든 멋진 공연 감사합니다.